여태까지 이 시작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구나
<aside> 🦸♀️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현장 아웃리치의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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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될지도 모르고 굉장히 두려웠어요
처음에 집결지 아웃리치를 맨 처음 나간 날이 기억이 나요. 되게 두려웠거든요 그때가 2016년도 8월, 9월 이때쯤이었는데. 그때 기억이 되게 내가 거기에 가면 언니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어떨까. 이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될지 이런 것들을 굉장히 두려워했는데 막상 그곳에 들어가서 언니들을 마주할 때는 전혀 내가 했던 그런 걱정들이 사실은 나와 그 여성들을 분리시키는 걱정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됐어요. 막상 언니들과 선배 활동가들을 보면서 아는 척을 해줄 때 굉장히 반가운 느낌이 들었죠. 나한테 아는 척 해주는 것도 되겠구나. 지속적으로 얘기하고 얘기를 나누는 게 가능하겠다는 생각들이 많이 들었었죠. 그리고 길 찾는 게 더 너무 어려웠어요. 저는 지금도 번지수에 대한 위치가 바로 떠오르진 않아요. 나는 그렇게 들어도 정말 많이 이렇게 몇 년 동안 나가게 되면 보통은 어디가 어딘지를 알고 우리가 어떤 명명을 해서 얘기를 할 수가 있는데 수원역 집결지는 명명이 어려워요. 그 업소가 어떤 업소라는 이름을 붙이기가 정말 힘들고 그 주소를 정말 찾기가 힘들어요. 건물도 엮여 있고 또 안쪽으로는 모양이 다르니까. 미로 같은 장소예요. (나무)
폐쇄 이전의 집결지는 차갑고 추운 겨울의 이미지였어요
제가 입사하고 난 후로 여름에는 아웃리치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이미지가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저는 폐쇄 이전에는 겨울의 이미지였어요. 그리고 폐쇄 이후, 집결지의 느낌은 가을이에요. 그래서 저에게 집결지는 이전의 겨울 이미지가 강렬해요. 차갑고 추워요. 그래서 언니들끼리 서로의 온도와 서로의 입김으로 살아가는 그런 느낌을 받았었죠. 폐쇄 이후에 집결지를 돌면서 느끼는 기분은 시원섭섭해요. 쓸쓸하고 공허한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가을이 떠올랐어요.(자유)
땅이 너무 울퉁불퉁해서 안 넘어지랴 쫓아다니랴 정신없었어요
저는 첫 아웃리치 했을 때의 모습이 가장 생각나요.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런 것들을 많이 물어봤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눈을 어떻게 떠야 되는지도 물어봤었어요. 그 때 은수쌤이 원래 뜨던 대로 떠도 된다고 했어요. 근데 땅이 너무 울퉁불퉁해서 안 넘어지랴 쌤들 쫒아다니랴 정신없었던 기억만 있어요. (웃음) 지금은 예전이랑 모습이 완전 달라져서 막혀 있던 공간들이 지금 갑자기 없어졌잖아요. 저는 뚫렸다는 개념보다는 막혀 있던 공간만 물리적으로 없어졌다고 느껴요. 아직도 저는 집결지 모습이 이질적이고 실감이 잘 안 나요. (찬란)
항상 있던 불빛이나 소리가 사라지니까 진짜 없어졌구나
제 생각에는 첫 아웃리치인데 특이한 경험을 했거든요. 언니들과 (자활 지원)조례에 대하여 단체로 이야기하는 시간들이 있었어요. 언니들의 그런 자활 지원 쪽에 관한 생각도 들을 수 있었어요. 저는 수원에 오래 살아서 로데오에 들어가면 집결지에서 뿜어 나오는 불빛들이 보이긴 하잖아요. 근데 이제 제가 수원역에 가면 그런 불빛들이 다 사라져 있는 모습을 보니까 한편으로는 불빛이나 소리가 항상 있었는데 그런 게 사라지니까 진짜 없어졌구나 라는 생각과 언니들이 없어지고, 공간도 없어지고 뭔가 공허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서도 이게 없어져서 너무 다행이다 이런 생각이 크게 들더라고요. 그러니까 그런 복합적인 생각이 들었어요. 오랜 기간 이런 장소가 있었는데 없어진다는 거에 대한 생각과 언니들은 어찌 됐건 갑자기 일자리를 잃은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그래서 그럼 언니들은 또 다른 곳으로 찾아가는 건가. 약간 이런 생각 때문에 좀 좋으면서도 기분이 좀 다운되는 느낌이 있어요. (디야)
언니들 만나면 좋았고, 그곳에는 여러 가지 기억과 이야기가 있어요